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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 • 며느리밥풀 꽃​
    문학,사랑 2026. 9. 17. 18:02

     

     

     

    며느리밥풀 꽃

    ​

    ​

    시집오고 5년 만에

    치매에 걸리신 시어머니

    ​

    ​홀로 5년간 병실에서 누워 잠자고

    대소변 받아내고 병시중들다 보니

    남편 품에 단 한 번도 잠들어 보지 못했지요

    ​

    ​그래도 평생 이 짓 해도

    살아만 계셔준다면 할 수 있었던 것은

    치매 걸리시기 전 5 년의 세월이

    있었기 때문입니다

    ​

    지난 시간의 길을 따라

    고불고불 늙으신 어머니

    내 생전 그렇게 선하고

    지혜롭고 어진이를 본 적이 없습니다

    ​​

    어머니의 삶은

    언제나 겸손히 무릎을 꿇고

    자식 앞에 연탄재 되어버린

    전 생애가 가족뿐이었을 시어머니

     

    ​

    양지쪽에 햇볕만 쬐다 가는

    인생들이야 알 수 없지만

    휘젓고 또 휘저어도

    손에 아무것도 잡힐 것 없는 제 친정은

    ​

    알코올 중독인 아버지와

    집 나간 엄마

    ​

    상습절도로

    유치장을 제 집으로 아는 오빠

    ​

    그 밑에서

    매를 맞고 울며 자란

    저를 공주님처럼 받들어 주신 분이

    저의 시어머니십니다

    ​

     

    부모 정 모르고 자란 저는

    아파트 처분하고 어머니댁으로 들어가서

    셋이 살게 되는 날 남편은 말했습니다

    ​

    평생 자식들에게

    언성 한번 높이신 적 없는 어머니가

    과부로 사시며 부엌에 떨군 눈물 덕분에

    황량하고 딱딱한 집에

    어둠은 가고 새벽이 온 거라고요

    ​

    남의 집 귀한 딸

    그냥 데려올 수 없다며

    2천만 원짜리 통장을 내어주시며

    이 돈으로 혼수 마련해 오너라 하시던

    그런 시어머니는

    ​

    거실에 한가로움을 앉혀놓고

    간혹 불빛 고운 창가에 앉아

    신랑이랑 셋이서

    소주잔 기울이며 삼겹살 구워 먹다

    평소 속을 바라보는 일은 고통이라

    지난 세월 덮어 두다 보니

    서러움에 술주정하는 며느리를

    ​

    “얼메나 무서벗노...

    얼메나 서러벗노...”

    ​

    꼭 안아주시며 나보다

    더 서럽게 같이 울어주시던

    그런 시어머니였습니다

    ​

    ​

    피곤해 설거지 쌓아놓고

    자고 났더니 새벽에 제가 깰까

    숨죽여 설거지 다 해놓으신 걸 보고선

    ​

    "다음부턴 제가 할 테니

    어머닌 하지 마셔요"

    ​

    라고 하면

    ​

    ​

    "니가 왜 하노

    니 남편 시켜라"

    ​

    하시며

    나갔다 들오실 땐

    제 먹으라고 까만 비닐봉지에

    군것질거리 매번 사오셔서

    ​

    “공주야 엄마 왔다”

    ​

    하시며

    제가 무슨 그리 귀한 몸이라고

    일 시키기 아까워 벌벌 떠시던

    그런 시어머니께서

    어느날 치매에 걸려 누워 계십니다

    ​

    “할머니는 누가 제일 좋아요?”

    라고 물으면

    ​

    “막내딸이 하나 있는데

    난 그 딸이 최고다”

    ​

    어머니 기억 속엔 제가

    딸이라고 생각하시나 봅니다

    ​

    ​

    그제서야 알게 되었습니다

    어머니 마음속엔

    제가 딸 같은 며느리가 아니라

    서로의 살 속에 뿌리내려진

    자신이 낳은 딸이었다는 걸...

    ​

    "니가 제일 아픈 손가락이데이"

    ​

    하시던

    그 말씀이 진짜였다는 걸

    ​

    ​

    하루는 제 손을 꼭 잡으시고는

    만 원짜리 한 장을 손에 쥐여주시며

    ​

    “꼭 맛있는 것 사 먹어라“

    ​

    라고 하시곤

    병실 자리에 돌아누워 잠을 청하신 게

    어머니의 살아생전 마지막 모습이었습니다

    ​

    ​​

    오늘이

    어머니가 먼길 가신지

    50일째 되는 날입니다

    ​

    시장 보러 가

    널리고 널린 까만 비닐봉지를 보니

    가난한 당신이 생각나 눈물이 납니다

    ​

    ​

    오늘도

    어머니가 제 손에 쥐여주시던

    만 원짜리 한 장을

    베개 밑에 놓고 이 밤도 잠듭니다

    ​

    꿈에서라도 뵙게 되면

    ​

    “사랑한다고.”

    ​

    “ 감사했다고”

    ​

    꼭 말해 드리려고요

    ​

    ​

    ​

    바람처럼 가여운 내 어머니

    세월이 가도

    어머니의 사랑과 그리움이

    ​

    “무뎌지질 않길”

    ​

    “잊어버리지 않길”

    ​

    이 밤 바래봅니다

    ​

    ​

    ​

    노자규의 골목 이야기

     

     

     

    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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