세상에서 가장 큰 선물 2
할머니는
할아버지와 50회 결혼기념일에는
함께 온천이라도 다녀오자는
약속을 한 그날이
점점 다가오고 있었지만
구겨진 살림에
엄두도 못 낼 거란 걸 알기에
작은 선물이라도 건네볼까 합니다
안장에
구멍 난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
할아버지가 마음이 아프셨는지
새 안장을 사와서 방안에 감춰두고선
저 멀리 신작로를 따라
볏짚을 밀어 넣은 안장에 앉아 올
할아버지를 내려다보고 있던 할머니의 눈에
바람에 흔들거리며
1리가 100 리 같은 걸음으로
걸어오시는 할아버지가
사립문을 열고 들어서는 것을 보고는
“영감.
자전거는 어쩼슈?“
“나처럼 늙어가지고
영 쓸모가 없어져 버렸지 뭐야
그래서 고물상에다 줘버렸어“
어릴 적
자식들 태워 가며
40년을 함께했던 수족 같은 자전거를 주고
쓸쓸히 걸어왔을 할아버지를 생각하며
눈물이 맺혀있던 할머니에게
“임자...
이것 받아 선물이야“
“그게 뭐여요?"
"뭐긴 뭐여 임자 비녀지“
할머니가
시집올 때 해 온 비녀 대신
숟가락을
꽂고 다니는 게 마음이 아프셨는지
할아버지는 고물상에 자전거를 팔아
대신 할머니 비녀를 사 오신 것이었습니다
고장이 나서가 아니라
이 비녀를 사주고 싶어 그런거란 걸
알게 된 할머니는
멈춰 세웠던 눈물을 밭고랑 같은 두 볼 사이로
흘려보내고 말았습니다
다음 날
노랗게 물든 논두렁을 따라
할머니는 어디론가 걸어가고 있는데요
“아이큐..
저깄네! 저깄어”
반가운듯
고물상 귀퉁이에 세워져 있는
자전거를 보고 걸어 들어 간 할머니가
얼마 뒤
할아버지의 자전거와 함께
걸어나오고 있었습니다
밭에 나가 일하고 들어 온
할아버지를 보고 다시 만나 반갑다며
엉덩이를 내밀고 있는 자전거를 본
할아버지는
“임자……. 이건?”
“그래요 ..
영감 수족과 같은 자전거에요“”
할아버지는
냉큼 할머니에게 다가가
머리 뒤 비녀를 확인해 보고선
고개를 갸우뚱 거립니다.
“영감...
오늘 드라이브나 한번 합시다“
“그려 타..”
노랗게 익어가는 논을 가로질러
행복이 그려져 있는 곳으로 달려가는
할머니의 머리 뒤에는
예쁜 비녀가...
자전거 위에는
새 안장이...
서로에게
세상에서 가장 큰 선물을 한
노부부와 함께 달려가고 있을 때
쉬 넘어가기 싫어 하늘에다
빨간 물감 칠을 하고 있는 저 태양은
알고 있습니다
“마음씨 넉넉한
고물상 아저씨의 고마움을요“
펴냄/노자규의 골목 이야기